Diary/2017년 2017. 6. 11. 22:05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서 어느새 레지던트 3년차를 눈앞에 두고있다. 


한국에 있다가 미국에 오니 달라진점 중에 하나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저마다 각각의 가치를 추구하며 다르게 사는 것을 보면서 나는 누군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성찰을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는 적을 수 없는 확장된 세계로의 진입은 나를 더 크게 만들었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저녁을 먹고 동네를 30-40분간 동네를 걸었다. 


해질녘의 스프링필드는 아름답다. 고즈넉하고 고요한 동네. 평화롭고 안전하다. 큰 나무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드넓은 잔디밭이 있는 집마다 켜져있는 조그마한 노란 불들. 


문득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저 무의식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가. 


6년간의 의대생활중 마지막 5-6학년때 나는 미국으로 올 결심을 했고, 졸업후 1년을 일하면서  미국의사 시험을 준비했고 공보의 3년간을 저 멀리 시골 구석에서 혼자와의 끝없는 싸움을 하면서. 그리고 공보의가 끝난 다음날 인천공항에서 6개월의 미국으로의 여정을 떠나면서. 


미국 운전면허도 없는데 덜컥 3천불 짜리 싸구려 자동차를 구입해서 시카고에서 볼티모어로 그리고 아틀란타로 아칸소로 테네시로. 여기저기를 6개월의 짐을 들고 다니며 유목민처럼 살던 그때. 


인터뷰를 위한 입국, 출국의 반복. 


30여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미국에 와서 정착을 하기전까지 다녔던 배낭 여행들. 인도에서 캄보디아, 태국, 일본, 중국, 파리, 두바이, 필리핀, 라오스, 베트남.. 


좋은 차, 집을 사는 것보다 새로운 도시의 차가운 방바닥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이 파는 보잘 것 없는 김나는 커피 한잔을 사먹는 타인의 사진과 글들을 보며 내 가슴은 더 부풀었던것 같다. 


한 도시가 익숙해질 때쯔음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게 나의 본성인것 같다. 


전라도 전주에서 태어나서 광주로, 서울로, 친인척 하나 없는 경상도로 홀홀단신. 


UMF에서 5만-6만의 사람들의 인파속에서 친구 한두명과 스테이지에서 스테이지로 이동하고 다녔다. 


멍해진 순간. 인생의 축소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찰나의 깨달음이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보면.. 


어느순간 엄청난 파도가 나를 덮치듯 깨닫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윌리를 찾아라 는 어릴적에 보던 책이 있었다. 엄청난 인파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것을 찾는것. 이리저리 떠밀리면서도 내가 갈곳을 생각하고 걸어가는것. 그리고 찾아내는것. 


6살,7살 초등학교도 입학하기전에 동네 친구들과 "길잃어버리기"라는 게임을 즐겨하곤했다. 서너명의 코찔찔이들이 겁도 없이 처음보는 동네에 골목골목을 주저없이 걸어다녔다. 길도 수도 잃고, 엄청나게 돌아서, 그리고 두려움도 느끼고, 깜깜한 저녁에.. 어느한번은 결국 돌아갈수 없어서 친구 부모님중 한분이 우리를 픽업해야만 하기도 하면서.. 


그러면서 내가 느낀건. 지금생각하면... 희열이다. 


그때에는 누구도 몰랐지만. 지구 반대편에 와서.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적응이 되었다 싶으면 떠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이게 나구나 싶은 순간이 떠오르는것이다. 어떤 순간에 극도의 도파민이 분비되는지, 어느 인생의 장면에서 나의 시상하부가 극도로 자극되는지는 그때 당시는 흐릿하지만 지나가보면 뚜렷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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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차도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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